크게 오른 가스비. 그렇다고 끌 수도 없다.
근래 들어 가스, 전기, 원유 등 에너지 요금이 크게 올랐다. 세계 곳곳의 전쟁발발로 에너지의 무기화, 불안정한 공급 등 많은 이유가 있는 데다 가격에 굉장히 민감한 필수재인 탓에 정부에서도 꾹꾹 억누르다가 불가피하게 요금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안쓸수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하면 가격대비 최대의 효율로 난방을 할 수 있을까?
26평 2인 가구의 최소비용으로 겨울 따뜻하게 나기.
나는 보일러를 작년(2023년) 기준으로 23도 고정으로 12월 초에 켜서 올해(2024) 4월 말에 껐다. 약 5개월 동안 한 번도 끄지 않고 지냈다. 요금 폭탄을 맞았냐고? 아니다. 굉장히 저렴하게 지냈다.
청구월의 전월이 사용월이다. 많이 나와도 8만원 이하로 사용했다. 심지어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했다.
우리 집은 26평 2인 가구다. 특별히 온수를 아껴 쓴 기억이 없고 내 솔메이트 또한 마찬가지이다.
보일러는 거실만 틀었는데 이렇게 해도 집안 전체를 데우기엔 충분하다.
보일러를 24시간을 켜놓는것에 대해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첫 한 달의 요금폭탄을 각오하고 실행에 옮겼다. 켜고 끄는 방법은 처음 방을 데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하니 어차피 켜고 끄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바에는 온도가 떨어지면 살짝살짝 불을 넣어 데워주는 방식으로 선택했다. 물을 처음 끓일 때 100도까지 올려 끓이는 건 오래 걸리지만 끓는점에서 살짝 내려간 온도에서는 물을 끓이기가 쉬운 것처럼 말이다. 보일러를 틀어놓고 며칠 계량기를 지켜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이후로는 끄지 않았다.
열 가두기. 난방효율의 극대화는 열관리에 있다.
가스 계량기 숫자의 상승은 보일러 가동시간에 비례한다. 즉, 보일러가 돌아가는 시간을 최대로 줄여야 가스비가 적게 나온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 실천 방법에 있어서 가장 간단한 원리로 집안의 열을 최대한 가두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집안을 최대한 밀폐공간을 만드는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집에서 공기가 잘 쇠는 곳은 단연코 새시가 1등이다. 신축건물은 시스템 윈도인 경우가 많아 새시 밀폐력이 좋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구축 아파트나 새시 틀이 틀어져 있다면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창문 하나하나 정성 들여 냉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공기가 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화장실 환풍기를 켜거나 가스레인지 후드를 작동시키고 나서 창틀 주변에서 라이터를 켜보면 불꽃이 움직이는 부분이 바람이 통하는 부분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창문에 냉기를 막아줄 제품이 아주 잘 나온다. 과거에는 문풍지 테이프라고 해서 스펀지로 된 테이프가 다였다면 지금은 샷시에 맞는 개스킷 등이 잘 나와있으니 구매해서 붙여주면 된다.
두 번째로 공기가 잘 새는 곳은 현관문이다. 현관문 틀에는 고무 개스킷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면 개스킷이 눌려 문과 밀착하지 못해 바람이 샌다. 교체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3년 이상 된 집이라면 점검해 보고 교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방과 발코니를 연결하는 출입문은 대부분 터닝도어로 설치되어 있다. 터닝도어는 문을 닫고 손잡이를 위로 올리면 문틀과 꽉 물리게 된다. 이것도 외부공기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집안의 새는 공기를 어느정도 다 막았다면 이제 집안의 생활 습관으로 열을 관리해야 한다. 화장실 환풍기를 계속 켜두는 사람이 있는데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샤워를 했다면 스퀴지로 물기를 빠르게 제거하고 습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 끄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환풍기를 켜면 집안 공간은 약간의 음압이 형성되어 창문틈새로 바람이 들어오고 집안 온도는 다시 내려가기 때문이다.
안 쓰는 방이나 출입 빈도가 낮은 방은 문을 닫아두는 게 좋다. 물론 그 방은 냉골방이 되긴 하지만 잘 쓰지 않는 방까지 데우느라 보일러를 열일하게 두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환기는 빠르게.
아무리 열을 가둔다 해도 환기는 필수이다. 오랫동안 실내에 정체되어 있으면 이산화탄소 농도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공기가 탁해지며 건강에 좋지 않다. 신축 아파트라면 설치되어 있는 열교환 환기시스템(전열교환기)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렇지 않다면 화장실 환풍기와 가스레인지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고 찬바람이 벽과 바닥, 가구 등의 온기를 빼앗아 가기 전에 5분 이내로 빠르게 환기하고 빈도를 조금 늘리면 좋다.
습도 조절도 난방에 도움이 된다.
습도가 낮으면 체감온도가 낮아진다.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바닥의 열을 공기중으로 전달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인 환경이 되고 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너무 높은 습도는 결로발생을 유발하니 주의해야 한다.
나의 사례를 통해 무작정 보일러를 틀어놓는것은 권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집안 환경을 조성한 후에 보일러를 켜놓는 것을 권장한다. 새는 열과 들어오는 냉기를 막지 못한다면 수십만 원대 가스요금 고시서를 보게 될 것이다.
23도 온도는 다소 낮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안이 꼭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어야 할까? 한기를 줄이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지내기에는 문제없다면 23도가 충분하다. 집에 아이나 노인이 있다면 24도정도에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천하는것이지만 더 넓게 보면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원도 덜 쓰면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보일러 연소 시의 가스를 줄일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다. 여름엔 반대로 냉기를 가두는 효과도 있으니 최소비용으로 여름내내 에어컨을 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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